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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일부인 자아에 의해 인식되지 못한 경험들은(인식된 경험은 의식이 된다) 사라지지 않고 융이 "개인 무의식(personal unconscious)"라고 불렀던 곳에 저장된다. 개인 무의식은 의식적 개성화나기능에 비판적인 정신활동과 내용을 받아들이는 저장소로, 괴로운 생각, 해결되지 않는 문제, 개인적 갈등, 도덕적 문제등과 같은 의식적 경험이었으나 억압되고 방치된것들을 모두 저장한다. 경험 당시 중요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잊어버린 것들, 너무 약해서 의식에 도달하지 못한 모든 경험들 또한 이곳에 저장되는데 이는 필요할 때는 언제나쉽게 의식화 될 수 있는 영역이다. 개인 무의식은 정교한 자료 정리 체계나 기억 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고 있다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상기시킬 수 있는 것들(ex - 오래된 친구 친지들의 이름, 어떤 경험에 대한 기억등)이 무의식에 저장된 것들이라 할 수 있고 이것들은 시체 꿈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리 '콤플렉스'라고 부른 것는 이 개인의 무의식속에 몇가지 내용들이 모여 하나의 집단을 형성함으로써 만들어 지는 현상이다. 콤플렉스라는 말이 일상용어가 된 것은 융 때문인데 많은 사람들이 거의 모든 것에 콤플렉스라는 말을 붙여 사용한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마음이 무언가에 사로잡혀 다른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융은 단어연상검사를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을 때, 이 콤플렉스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실험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일련의 단어를 한 번에 하나씩 읽고 나서 피실험자가 마음에 떠오르는 최초의 단어를 대답하는 것이다. 융은 이 실험을 통해 피실험자가 반응시간이 종종 길게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융이 피실험자에게 왜 반응하는데까지 긴 시간이 걸렸느냐고 질문했을때 그들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융은 무의식적 정서가 피실험자들의 반응을 방해했기 때문에 반응이 지연된다고 생각고, 이 문제를 좀 더 탐구해가면서 반응의 시간이 오래 걸렸던 단어와 관계가 있는 다른 단어에도 반응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융은 무의식 속에 연합된 감정, 사고, 기억의 그룹(콤플렉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이해하했고, 이 콤플렉스(기억의 그룹)와 관련이 있는 다른 단어에도 반응이 길어질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후 콤플렉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융은 콤플렉스는 전체 인격에서 분리된 작은 인격과 같이 작용하며 이는 독립적이고, 그 자체로 추진력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매우 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융은 '어머니 콤플렉스'를 예로 든다. 강한 어머니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어머니가 말하고 느끼고반응하는 모든것에 민감하고, 어머니가 항상 그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기에, 항상 어머니와 관련된 것을 화제로 삼으려 하고, 어머니가 주인공인 소설, 영화등을 좋아하며, 어머니날, 혹은 그가 어머니와 관련된 모든것을 손꼽아 기다릴것이다.. 어머니의 기호나 흥미를 몸에 익혀 어머니를 모방하고 어머니의 친구에게 마음이 끌리고, 연상의 여성을 좋아하게 된다. 결국 어른이되어서도 흔이 부르는 마마보이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콤플렉스가 항상 나쁜쪽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뛰어난 업적을 쌓는데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예술에 몸 바친 고흐를 생각해 보면, 그는 항상 뭔가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었고(보통 사람과는 다른), 결국엔 그의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을 그림을 위해 희생했다. 융은 이 예술가의 ‘무자비한 창작의 열정’에 대해 “그는 보통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행복과 모든 것을 희생하도록 운명지어져 있었다.” 라고 이렇게 말했고, 이 완전을 향한 노력은 ‘강한’ 콤플렉스가 작용된 케이스라고 볼 수도 있겠다. 융은 콤플렉스의 기원을 아동기 초기의 정신적 충격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후기에는 아동기 초기 체험보다 인간 본성의 훨씬 깊은 그 무엇에서 생긴다는 믿음에 기초에 집단 무의식이라는 정신의 또 다른 수준을 발견하게 된다.
융이 집단 무의식을 발견하기 전까지 의식과 무의식은 모두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었기에, 이 발견은 심리학 역사의 획기적 사건이었다. 집단 무의식이란 이렇다. 정신은 그 신체적인 대응물인 뇌를 통해서 여러 가지 유전적 특성을 이어받는데, 이러한 특성이 생활 경험에 대한 당사자의 반응 방법뿐 아니라 그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 것인지까지도 결정한다. 즉 인간의 정신은 그 전개 양상이 미리 형성되어 있다는 뜻으로 개인은 자신의 어렸을 때뿐 아니라 인류의 태고(太古) 및 유기체의 진화가 시작된 더 먼 과거와도 연결되어 있다. 융은 정신이 진화 과정에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집단 무의식은 정신의 일부이긴 하나 개인적 경험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 무의식과는 구별된다. 개인 무의식은 일단 의식적이었던 내용들로 이루어지지만, 집단 무의식의 내용은 자신의 일생에서 한 번도 의식된 적이 없던 것들과 연결된다.
인간은 특정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지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여러 소인을 가지고 태어난다. 예를 들면 무엇인가에 대한 공포심은 그런 소인이 이미 집단 무의식 속에 있었다면 쉽게 발현될 수 있는데, 과거 조상들의 뱀에 대한 경험과 공포심을 이미 유전적으로 이어받고 있다면 이런 공포는 뇌리에 새겨져있어서, 맨 처음 뱀을 볼 때부터 공포를 느낄 수가 있다. 때로는 환경적 자극을 통해 소인이 집단 무의식에서 의식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집단 무의식의 내용은 개인이 출생하면서부터 개인적 행동에 따르도록 하기 위해 미리 형성된 패턴을 활동시킨다. 융은 “개인이 속할 세계의 형태는 가상적 이미지로 이미 가지고 태어난다.”라고하는데, 이 가상적 이미지는 자신이 경험하는 세상을 통해 의식적인 실재가 된다. 예를 들면 집단 무의식 속에 어머니의 가상적 이미지가 있었다고 하면, 그 이미지는 유아가 현실의 어머니를 지각하고 어머니에게 반응함에 따라 곧바로 표현될 것이다. 살다 보면 우리가 어떤 것을 쉽게 지각하고 배우는 것들이 있는데 이는 개인속에 내제되어있는 집단 무의식에 그런 소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경험할수록, 잠재적 이미지가 표현될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아지는데 이는 집단 무의식의 모든 측면을 의식화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다채롭고 풍요로운 학습과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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